여권 “대북특사 보내 분위기 살려야”… 시기는 ‘올림픽後, 한미훈련前’ 거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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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서훈-조명균 특사 물망
任, 무게감 크지만 본인이 신중
徐 경험 풍부… ‘정보 수장’ 부담
趙, 정치적 무게보다 ‘실무형’ 평가

김여정이 평양으로 돌아간 후 정부 여당은 답방을 위한 대북특사 파견 시기와 인물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 초청장을 보내면서 형성된 ‘평창 모멘텀’이 끊기기 전에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파견 시기로는 25일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을 마친 뒤 다음 달 8일 패럴림픽 개회 전까지인 ‘2말 3초’ 가능성이 나온다. 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낸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형식이라 부담이 적고 4월 1일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재개까지도 여유가 있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림픽 분위기를 살려 나가는 차원에서 특사 파견은 빠를수록 좋다”고 주장했다. 물론 미국이 급속한 남북관계 진전을 불편해하는 상황을 감안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특사 후보군으로는 우선 청와대 2인자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거론된다. 임 실장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에 문 대통령의 특사로 다녀온 경험이 있다. 이번 특사는 김여정 특사에 대한 답방 형식인 만큼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읽고 정치적 무게가 실린 대통령비서실장이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상황에 따라 전권을 갖고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거 학생운동권 경력 때문에 본인이 대북 현안 전면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말도 있다.


문 대통령의 의중을 알면서도 대북 업무 경험이 풍부한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카드도 거론된다.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북측 대표단과의 오찬에서 문 대통령은 서 원장과 조 장관을 소개하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북을 자주 방문했던 분들”이라며 신뢰감을 내비쳤다.

서 원장 카드는 역대 대북 특사들이 정보기관 수장이었다는 점에서 거론된다. 1,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북 특사는 모두 국정원장이었다. 서 원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과 여러 차례 접촉했다. 2007년 제2차 정상회담의 실무 주역이기도 했다. 특히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북핵에 대한 김정은의 태도 변화가 필수적인 만큼 미 중앙정보국(CIA) 등과 북핵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서 원장이 적합하다는 말이 나온다. 동시에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이 핵개발을 거의 완성한 상황에서 논의되고 있는 데다 공개적으로 회담 제안이 오가고 있는 만큼, 음지에서 일하는 정보기관 수장이 나서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조 장관은 지난달 9일 고위급 회담 수석대표로 나선 데 이어 김여정의 2박 3일 일정을 밀착 마크하면서 실무형 특사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조 장관은 대표단 방남 기간 동안 집에 가지 않고 김여정이 지낸 워커힐호텔에서 2박을 했다. 김여정과는 식사를 다섯 끼나 함께했다. 그런 조 장관은 김여정을 환송하며 “제가 평양을 가든 또 재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핵 이슈를 논의해야 할 역사적 정상회담을 위한 특사로선 정치적 무게감이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김상운 기자
#대북특사#문재인 정부#파견#남북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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